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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체를 이끌어 가는 사람에게는 범인과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을 위엄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통찰력이라 해야 할까.
그러한 것이 타고나는 것인지, 혹은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한 단체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것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보다.
화무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노니는 낙척 문사와도 같은 외모이다. 말만 잘하면 수중의 돈을 모두 거덜 낼 수 있을 듯 사람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장전비는 화무양의 외모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전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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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로투스바카라 만만치 않다고.
“자, 이리로 앉으시게나.” 화무양은 웃으며 앞자리를 가리켰다.
장전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화무양이 가리킨 곳에 앉았다.
“그래, 하오문에서 왔다고?” “네. 청부하신 일에 대한 답변을 드리러 왔습니다.” “하오문은 요즘 사정이 어떠한가?” “비검문 덕분에 그럭저럭 삽니다.” “그래? 허허허. 분타주가 누구였더라……. 보자, 보자. 이름이……?” 넌지시 묻는다.
진정 하오문의 사람인지를 확인하겠다는 의미.
장전비는 침착하게 말했다.
“서옹이라는 별명 외에는 실명을 사용하는 법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랬나? 그랬던 것 같구먼. 전에 만났을 때 보니, 바둑을 좋아하던 것 같던데, 언제 한번 같이 두자고 전해 주게나.” 장전비는 빙긋 웃었다.
“바둑을 두지 못하십니다. 대신 골패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하시지요.” “그랬던가? 허허허허. 맞네, 그랬던 것 같구먼.” 장전비는 그제야 화무양의 눈매에 어려 있던 의심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모든 확인을 마쳤다는 듯하다.
“그래, 이제 일 이야기를 해 보세. 부탁한 일은 어찌 되었나?” “네.”
장전비는 준비한 말을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슬쩍 화무양의 얼굴을 살폈다.
준비해 온 거짓말은 빈틈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화무양에게 먹힐지 자신하기 힘들었다.
화무양은 짐작했던 것보다 냉정하고, 침착해 보였다. 경험상 이런 자를 속인다는 건 무척 까다로운 일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 삼 푼의 진실을 섞어야지만, 화무양을 속일 수 있을게다.
장전비는 살짝 로투스홀짝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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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의 소문은 사실과 다르기도 하지만, 사실과 같은 부분도 있습니다.” 화무양은 살짝 침음성을 흘렸다.
“사실과 다르기도 하지만, 사실과 같기도 하다라. 알 수가 없구먼. 설명을 해 주겠나?” “소문대로인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적보도방과 적보전장이 문을 닫은 건, 적가보의 자작극이 아니라 실제로 급습을 당한 것이 맞습니다.” 화무양의 눈이 살짝 좁혀들었다.
“누가 그런 짓을? 정말 거미 패의 짓인가?” “네. 거미 패의 짓입니다. 거미 패가 단독으로 벌인 짓입니다.” 화무양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마치 산판을 움직여 계산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뚝 멈췄을 때, 화무양은 말했다.
“그걸 어찌 알았나?” 장전비의 어깨가 굳었다.
역시 의심한다. 하오문의 능력이라면 분명 그 정도의 사실을 알아낼 정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 의심하고 본다.
여기서부터가 갈림길이다.
진실을 섞어야 하나, 아니면 꾸민 거짓말로 밀고 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장전비는 전자를 선택했다.
“저희 하오문 하간 오픈홀덤 분타와 거미 패는 상당한 교분이 있습니다. 하기에 알 수 있었습니다.” “교분이 있다?” “네. 제가 하오문에 입문하기 전, 거미 패의 전신인 거웅 패에 있었습니다.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귀망소자라 불렸었습니다.” “귀망소자라……. 귀망소자라. 미안하구먼. 잘 모르겠네.” “그러실 겁니다. 문주님의 귀에까지 들어갈 이름은 아니지요.” 장전비는 입맛이 쓰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지만 장전비의 눈은 화무양을 매섭게 살피고 지나갔다.
화무양은 귀망소자라는 이름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 보고 있을 터였다.
귀망소자와 하오문, 그리고 거미 패의 연계.
어떤 방식이고, 어떤 형태일지를.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세이프게임
“아실지 모르지만, 거미 패의 목적은 죽은 대형인 거웅의 복수에 있습니다. 적가보는 그런 거미 패가 귀찮았는지 적류상이라는 작자를 잠입시켜 전복케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리 밝혀졌고, 적류상이 오히려 당하고 말았죠. 물론 거미 패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기에 그에 대한 복수로 거미 패는 적보도방과 적보전장을 궤멸시킨 겁니다.” 화무양은 다시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거미 패가 적류상을 죽였다고?” 천라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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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그 세이프파워볼 부분이 걸리나 보다.
모두가 진실이건만. 그렇기에 거짓이 끼어들 수 있다.
화무양은 알까. 거짓이 끼어들 틈을 스스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고수 한 명이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 거미 패를 도왔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으나, 적류상은 그분의 손속에 세 합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합니다.” “적류상이 세 합을 견딜 수 없었던 고수라…….” 적류상은 일류에 준한다는 고수이다. 만만히 볼 작자가 아니다. 그런 적류상을 세 합 만에 살해할 수 있다는 건, 무학의 경지가 절정에 다다른 고수 중의 고수라는 것을 뜻한다.
그 정도의 고수는 넓은 하북 땅을 통틀어도 다섯이 넘지 않는다. 그 다섯은 모두 한 문파의 문주이거나 고위 인사이다.
그런 자가 무엇이 아쉬워 거미 패의 뒤를 봐준다는 건가. 앞뒤가 맞지 않다.
화무양의 눈이 빛을 발했다.
아니, 꼭 그 정도의 고수가 아니어도 가능할 수가 있다. 적류상의 무공을 모조리 꿰뚫고 있는 자라면, 그의 목을 단숨에 베어 낼 수가 있다.
적류상의 무공을 모조리 꿰뚫을 수 있는 자는 딱 하나, 적가보주 적만웅. 그자뿐이다.
화무양은 빠르게 물었다.
“그 고수의 정체는 알고 있나?” 장전비는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그저 바람을 따라 세상을 떠도는 낭객이라 하며 정체를 숨겼다 합니다.” 화무양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세상은 기련심맹(旗聯心盟)이라고 불린다. 강북의 연합과 강남의 맹회로 양분되어 절정고수라는 작자는 다 둘 중 하나에 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고수라도 기련과 심맹의 포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련과 심맹은 돈이 아니면 명예, 명예로도 안 되면 협박이라는 수단으로 고수들을 포섭했다.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산짐승을 포획하는 사냥꾼처럼.

그만한 고수가 낭객으로 떠돌 리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빈객의 형식으로 문파에 소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련과 심맹조차 어쩌지 못한 기인이 몇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특정한 상징을 지니고 다녀, 정체를 숨기려 해도 바로 밝혀낼 수 있다.
그러니 답은 하나일 뿐이다.
적류상은 적만웅에 손에 죽었다.
화무양은 빠르게 물었다.
“소문이 사실과 같은 점이라는 건?” 장전비는 말했다.
“적가보가 비검문을 칠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겁니다.” 화무양은 탁자를 세게 내리찍었다.
역시나 그랬던 모양이다.
적류상을 통해 거미 패를 분노케 한 후, 적보도방과 적보전장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책임을 비검문에게 묻는다.
그것이 적가보가 꾸민 계략인 모양이다.
하지만 굳이 적류상을 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적류상의 서열은 적가보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 정도의 고수를 대체 왜 버렸을까?
“듣기로 유보정 역시 죽은 모양입니다. 적가보는 그 책임을 비검문에 물으려 한답니다.” 화무양의 눈이 커졌다.
적가보 서열 오 위인 혈필수사 유보정까지?

뭔가 말이 맞지 않았다.
두 명의 고수를 죽여 명분을 쌓기보다는, 그 둘을 살려 비검문을 치는 데 앞장서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장전비는 이때다 싶은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적가보의 움직임은 봉미장에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봉미장에서 보낸 몇 명의 고수가 적가보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아!”
화무양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봉미장.
그것이었다. 적가보는 하북 남부 땅에서 제일이라 일컬어지는 봉미장을 끌어들인 것이다.
비검문을 없앤 후 이권을 나눠 먹자고 했겠지.
모든 그림이 그려졌다.
적류상과 유보정을 죽인 건 비검문을 칠 명분을 쌓기에는 과하나, 두 사람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봉미장의 도움까지 받았다는 명분에는 정당하다.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이대로는 당하고 만다.
‘그렇다면?’ 별수 없다. 당하기 전에 쳐야 한다.
화무양은 벌떡 일어서서 외쳤다.
“이봐라. 밖에 있느냐!”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대기하여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모두 모이라 일러라.” “네?”
“당장!” “네, 넷!” 화무양은 그것으로 되었다 싶었는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장전비를 바라보았다.
귀망소자라 불렸던 청년.
잘만 키우면 물건이 되겠다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청년.
이 청년은 무슨 꿍꿍이가 있어 그러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전해 준 것일까?
그때 장전비가 불쑥 말했다.
“문주님께 청이 있습니다.” “청? 뭔가?”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거두어 달라?” “네. 큰물에서 살고 싶습니다.” 화무양은 씽긋 웃었다. 이것이었나 싶었다.
“대신 거미 패를 바치겠습니다.” “거미 패를 바친다고? 그놈들이 내게 무슨 쓸모가 있다고?” “앞으로 벌어질 적가보와의 싸움에 꽤 좋은 미끼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미끼라. 좋겠군. 조건은?” “저를 키워 주십시오. 비검문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이름 중 열 손가락 안에 들게 해 주십시오.” 화무양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꽤나 욕심이 많군.” 장전비는 푹 고개를 숙였다.
“받아 주십시오.” 고민이 되는지, 한동안 턱을 쓰다듬기만 하던 화무양은 탁자를 세게 내려치며 말했다.
“오늘부터 한 식구라 여기겠네.” 장전비는 환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문주님. 감사합니다!” “어허, 이 친구. 그래, 오늘은 이만 가 보게. 일간 사람을 시켜 자네를 부르겠네.” “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불러만 주십시오!” 장전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화무양은 그런 장전비의 어깨를 두들기며, 방문 쪽으로 안내했다. 장전비는 방을 나가는 와중에도 계속 감사하다 인사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며 장전비의 모습이 사라진 찰나, 화무양은 차갑게 얼굴을 굳혔다.
“키워 보다 아니다 싶으면, 잘라야겠어.” 비검문은 뛰어난 인재가 드물다.

화무양은 그것을 한탄해 왔지만, 어째서 그러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 저보다 뛰어나다 싶은 자들은 화무양 자신이 은밀히 제거해 왔으니.
하기에 비검문에는 뛰어난 인재가 자라나기 힘들다.
화무양이 문주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 * 비검문에서 나온 장전비는 하오문 분타에 도착해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휴우우우.” 비검문에서 지금까지 뒤에 따라붙었던 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무양이 미행하라며 시킨 것이 분명할 터였다.
화무양.
지독히 의심이 많은 작자이다 싶었다. 하긴 그렇기에 비검문의 문주 자리를 꿰찰 수 있었겠지.
장전비는 하오문 분타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마당을 서성이고 있던 서옹이 바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찌 되었냐?” 장전비는 미소로 답했다.
“우선 들어가죠.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자, 들어가자.” 서옹은 장전비의 등을 감싸고 건물 안으로 향했다.
장전비의 모든 설명을 들은 서옹과 독안주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독안주가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흐음, 꼭 그래야 했냐?” 거미 패가 했던 짓을 사실대로 말했다는 게 걸리는 모양이었다.
장전비는 단호히 말했다.
“응. 화무양이 내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했어.” “그럼 되었다.” 적가보와 비검문의 체제는 사뭇 다르다.
적가보주 적만웅은 성격이 급하다 하지만, 모든 일을 주변과 의논한 후 결정한다. 오히려 적만웅 자신의 성격이 그러한 형태를 만든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비검문은 다르다. 비검문주 화무양은 침착하고 신중하다. 그는 매사에 홀로 고민하고 홀로 결정한다.
하기에 화무양 한 명을 속인다는 건, 비검문 전부를 속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전비가 사실을 일부 발설했다지만, 그로 인해 화무양이 믿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계획한 바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장전비는 서옹을 향해 물었다.
“적가보에 가셨던 건 어찌 되었습니까?” 장전비가 비검문으로 가는 대신 서옹은 적가보에 거짓 정보를 주러 가기로 했었다.
“잘되었다. 하지만 그쪽도 의심을 지울 수 없는지, 상 가 놈을 놓아두고 가라 하더구나. 상가 놈은 상황 봐서 조용히 빠져나오기로 했다.” 장전비의 눈이 빛났다.
“상 어르신께 조용히 연락을 취할 수 있습니까?” “하려면 하지. 왜?” “봉미장에서 파견한 고수의 행색을 하라고 하십시오.” “뭐? 아! 좋은 생각이구나.” 봉미장의 무인들은 무림에 나설 때, 현란한 색채의 깃털 하나를 소매에 꽂고 다닌다 했다.
적가보에 있는 상조림이 깃털을 달고 다니며 눈에 띄는 일을 벌인다면, 비검문 쪽의 귀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봉미장의 고수가 적가보에 있다고. 그렇다면 화무양이 혹시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약간의 의심마저 걷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독안주가 물었다.
“비검문이 봉미장에 직접 물을지도 모르잖아.” 서옹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을게야.” “왜입니까?” “비검문이 사람을 보내 봉미장으로부터 답을 받아 내기까지는 닷새 이상이 걸릴 것일세. 하지만 적가보와 비검문의 일전은 며칠 안에 벌어지게 될 터. 그것이 당장 내일일지도 모르지.” 장전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일지도라…….” 그리 중얼거리던 장전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에구구구구, 피곤하네요. 저는 좀 쉬겠습니다.” 그리고 이 층에 위치한 제 집무실로 올라갔다.
서옹은 나눌 말이 더 있는지 장전비를 부르려 했지만, 독안주가 빠르게 팔을 놀려 서옹을 잡아 눌렀다.


서옹은 눈을 껌뻑거리며 독안주를 돌아보았다.
독안주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놔두십시오. 겁이 날 겁니다.” 집무실 책상에 앉은 장전비는 뜬금없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계획대로라면 수일 안에 적가보와 비검문은 명운을 건 일전을 벌이게 될 터였다.
장전비는 그 싸움에서 비검문의 무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적가보를 치게 될 것이다.
계획의 최종 목표는 적가보와 비검문의 공멸.
‘가능할까?’ 장전비는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적가보와 비검문은 장전비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지역을 통치했던 무파이다.
갑자기 후회가 물밀 듯 밀려들었다.
괜한 짓을 벌인 건 아닐까.
일이 틀어진다면, 자신은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그건 괜찮다.
문제는 나만이 아니라 독안주 역시 죽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서옹과 상조림 역시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참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사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물려야 하지 않을까.
장전비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서탁에 배치된 하얀 종이 중 하나를 꺼내 폈다. 그리고 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 종이 위에 가져갔다.
종이에 바로 내려앉을 것 같던 붓이 허공에서 멈칫한다. 한동안 그리 공중에 머물던 붓은 장전비의 입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나옴과 동시에 종이에 내려앉았다.
<겁이 납니다.> 천라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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