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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전단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길을 터 주었다.
흑산은 답답하다는 듯 흑전단원들을 노려보며 진형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사이 숨을 가누고 있는 장전비와 남궁대강, 당심한의 앞에 섰다.
흑산의 눈동자는 장전비를 매섭게 노려본 후 지나가 남궁대강의 얼굴 앞에 멈췄다.
“흑금전의 흑산이 남무림의 맹주를 뵙소이다.” 그리 말하며 정중히 포권을 취하는 흑산의 모습에, 남궁대강은 고소를 머금었다.
“이거 북쪽에 올라온 이후,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는 것 같네.” 당심한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게 말이오. 의형의 신분이 그랬었는지, 저도 까먹고 있었소.” 흑산은 두 사람의 농담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남맹의 맹주께서는 본 흑금전이 모실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남궁대강은 싱긋 웃었다.
“호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라?” 당심한이 들고 있는 표창으로 머리를 긁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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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의형. 그건 아니지. 고양이치고는 덩치가 크지 않소? 곰으로 합시다, 곰.” “알았어. 넌 딴지 좀 달지 마라. 쯥, 그러니까 곰에게 생선을 맡겨라?” 흑산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부디 사양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사양하면 어찌 되는데?” 흑산은 과장스레 어깨를 으쓱거렸다.
“별수 없지요. 파워볼사이트 조금 죄송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남궁대강은 검을 어깨 위에 올리며, 이죽거렸다.
“어디 한번, 누가 더 죄송할지 해봅시다.” 흑산은 그런 남궁대강이 마음에 들기라도 하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흑전단을 둘로 나눈다. 일대는 만공흑포소진으로 남 맹주님과 총사를 보위하라.” 흑전단의 반 정도가 일제히 외쳤다.
“존명!” 흑산은 이어 외쳤다.
“이대는 모용가의 잡졸들에게 책임을 물어라.” 이대로 짐작되는 반수의 흑전단은 기쁜지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존명!” “감사합니다!” 흑산은 귀찮다는 듯 손을 뻗어 흔들었다.
그러자 흑전단은 두 무리로 갈라져, 한 무리는 남궁대강과 당심한을 둘러쌌고, 남은 한 무리는 모용십육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잠시 멈췄던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잠시 사라졌던 기합과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왔다.
하지만 장전비만은 우뚝 파워볼게임 서서 흑산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두 칼을 바닥으로 길게 늘어트리고 있는 것이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하다.
흑산은 그런 장전비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자, 어디 취응의 날개를 잘라 볼까?” 장전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세를 정비했다.
그럴 수밖에 엔트리파워볼 없었다.
흑산은 모용수인보다 어려운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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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비는 지난 삼 년간 세상에는 드러난 것보다 숨겨진 고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흑산이 바로 그러한 자 중 하나이다.
오금대부 중 백금과 흑금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위로 두지 않는다는 고수.
하지만 장전비는 EOS파워볼 백기련 안에 흑산보다 강한 자가 백금과 흑금 말고도 더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나를 꼽으면 금위진이라 할 게고, 둘을 꼽으라면, 흠, 하나를 더 꼽으라면, 흐음…….
‘……나 정도?’ 장전비의 입가에 가는 웃음이 맺혔다. 경직되었던 어깨가 조금 풀어졌다. 그래, 뚜껑은 열어 봐야 알 터.
‘어디 한번 해보자.’ 장전비는 자세를 낮게 하고, 두 발을 바닥에 붙인 그대로 미끄러지듯 조금씩 흑산에게 다가갔다.
삼 장의 거리가 이 로투스바카라 장의 거리로, 결국 일 장까지로 좁혀 들었다.
이제 한 치만 더 좁히면 서로의 영역이 교차할 터, 싸움의 시작이리라.
두 사람의 얼굴에 송골송골 구슬땀이 맺혔다.
근육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남은 한 치를 좁히려는데, 뒤편에서 터진 비명 소리가 두 사람의 발을 붙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전장에서 비명이란 그리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비명 소리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흑산과 장전비는 눈동자를 돌려 비명이 들리는 자리를 찾았다.
모용가의 무인들이 있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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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가의 무인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흩어지고 있었다.
밀집되어 있던 모용십팔기가 그렇게 흩어져 자리를 벌리고 서자, 결국 모든 사람이 비명 소리의 주인을 볼 수가 있었다.
사내는 모용가의 정복을 입고 있었다.
쉰 정도 되었을까?
아니다.
예순은 된 것 같다.
아니, 여든?
아……흔?
그제야 모두는 깨달을 수 있었다.
사내는 늙어 가고 있었다.
반백의 머리가 모두 회색으로 변해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가루처럼 하얘지더니, 결국 먼지가 되어 가라앉았다.
기경할 만한 괴사였다.
머리카락뿐만이 아니다. 피부도 말라붙은 논밭처럼 자글자글 갈라져 가더니, 결국 모래가 되어 바람에 쓸려 갔다.
“사, 사, 살려…….” 마지막 힘을 다해 바동거리던 사내는 결국 가루가 되어 강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싸움을 멈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사내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던 자리, 누워 있던 사람 하나가 들썩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장전비의 눈이 커다래졌다.

“모용수인?” 몸통을 가로지르던 상처는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아물더니, 그 흔적조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모용수인이 굳게 다물렸던 눈을 떴다.
드러난 눈동자는 온통 검기만 했다.
빛을 받으며 번들거리는 것이 눈동자를 빼내고 대신 흑진주를 박아 넣은 것만 같다.
사이했다. 불길하고 두려웠다.
모용수인은 헤실거렸다.
“좋네.” 그 순간 모용수인의 전신모공에서 기묘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장전비는 그 기묘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다. 십관사의 무사부 식자부가 간혹 뿜어내던 기운.
다른 점이 있다면, 식자부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기분 나쁘다는 것.
흑산의 떨리는 한마디가 장전비의 귀 안에 파고들었다.
“마(魔)……공(功).” * * * 마공(魔功).
천리를 거역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다는 사악한 무공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성취가 빠르고 위력이 대단하지만 그 폐해가 너무도 크다.
하는 얘기로 하나의 마공이 완성되기까지 일천 명의 목숨을 제물로 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기에 무림인들은 마공이라 불리는 무공을 금공으로 지정하고, 익힌 자를 무림공적으로 선포하여 추살하고는 한다.
하지만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정파에서조차도 욕심을 내는 마공이 더러 있다.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정도 문파에서조차도 일천의 목숨보다 값어치 있다고 인정한 진정한 마공들.
세상은 그중 최상위의 마공 열 가지를 두고 십대마공, 혹은 진마십공(眞魔十功)이라 불렀다.
그중 서열 사 위의 마공을 귀신의 그림자[鬼影]라 하며 무림의 사가들은 이리 전한다.
파문의 그림자가 어둠을 감싸는 순간이 오면 도망쳐라. 지옥으로의 초대이리니.
“설마…… 교교귀영마공(噭噭鬼影磨功)?” 흑산이 중얼거리는 말에 장전비는 눈을 빛냈다.
모용수인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아는 모양이었다.
장전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꼈는지, 흑산은 설명하듯 말했다.
“천산마교에는 만 가지의 마공이 있지만, 그중 진정한 마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열 개에 불과해. 그중 하나인 귀영마공이 저와 같다고 했다.” “저와 같다는 건?” “흡기(吸氣), 취정(取精). 귀영마공은 타인의 정기를 흡수하는 마공의 원류라 할 수 있지.” 장전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먼지가 되어 사라져 가던 모용가의 무인이 떠올랐다.
모용수인은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근처에 서 있던 모용일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모용일기는 머뭇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소, 소가주. 정신을 차리십시오. 제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모용수인은 베실 웃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소이지만, 모용일기는 정체 모를 불안함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모용수인은 손끝을 까딱거렸고, 모용일기는 아이처럼 주저앉았다.
모용일기의 전신모공으로 뿌연 기운이 흘러나와 모용수인을 향해 흘러들고 있었다.
그러자 모용일기의 모습이 눈에 드러날 정도로 늙어 가기 시작했다.
넓은 어깨가 쪼그라들고, 탄탄하던 근육이 주름으로 뒤덮여 갔다.
“소, 소가주. 제, 제발…… 정신을, 크륵, 크르륵.” 모용일기의 애원은 모용수인의 입가를 수놓은 미소를 더욱 환하게 물들일 뿐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장전비의 눈이 커다래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장전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흑산은 설명했다.
“교교귀영신공은 흡정(吸精)류 마공의 정점이다. 하기에 굳이 신체의 접촉을 요구하지도 않아. 영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기운을 흡수하지.” 그러고 보니 모용수인은 손짓을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모용일기는 바스러져 가고 있었다.
“사, 살려, 살려 줘어…….” 희미하게 울리던 모용일기의 목소리는 끝내 잠겼고, 입이 있던 부위도 먼지가 되어 흩어져 갔다.
살아 있는 생명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광경이라니.

모용수인은 흡수한 기력으로 상처의 수복에 힘썼는지, 가슴을 반쯤 가르고 있던 상흔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만족스러운지 모용수인의 검은 동공이 요사한 빛을 머금고 빛을 발했다.
그리고 모용수인은 가장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는 모용가의 무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리 가까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용가의 무인은 오히려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소, 소가주. 저, 저는.” 역전의 용사라는 모용십팔기의 일원이라기보다 장난치다 걸린 아이와 같은 태도였다.
하지만 흉하다 욕할 수도 없었다.
지금의 모용수인은 누구라 하여도 두려워할 만했다.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괴물이다.
그래, 지옥의 문을 열고 튀어나온 마귀와 같았다.
굶주림을 채우며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는 악귀.
아귀(餓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저와 같을까?

다시 모용수인의 손끝을 따라, 모용가 무인의 생력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소, 소가주! 그, 그만!” 애원을 해 보지만, 모용수인은 웃을 뿐이었다.
너무도 즐겁다는 듯했다. 마치 아이처럼 해맑기만 했다.
괴물…… 마귀…… 저런 걸 뭐라 불러야 하지?
장전비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하나의 표현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인(魔人).” 그래. 저게 바로 마인이다!
천라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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