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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비는 호흡을 가누며 의지를 다시 잡는 중, 자신이 손이 허전하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내려 보니 오른손에 들려 있던 협봉검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기 위해 운용한 조율되지 않은 내력 중 일부가 흘러 들어가, 협봉검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장전비는 씁쓸히 웃으며 손을 털었다.
빈손으로 괴인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무기를 구하고자 주변을 두리번거려 본다.
그때, 괴인이 자신의 뒤편으로 살짝 고개를 꺾었다. 그러자 두 개의 빛살이 솟구쳐 올라 장전비를 향해 날았다.
격공섭물(隔空攝物).
내력의 깊이와 운용이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 손발이 아닌 내기를 방사하여 물건을 들거나 옮긴다는 수법이다.
장전비는 급히 손바닥을 펴고 내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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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날아오던 괴인의 격공섭물의 수법으로 날아오던 두 개의 빛살이 장전비의 손바닥 앞에서 멈췄다.
칼이나 검을 간직해 두는 용도로 사용하는 목갑(木匣)이었다.
목갑은 같은 무게의 은(銀)보다 값어치가 있다는 자단목(紫檀木)으로 만들어져 표면을 따라 윤기가 흘렀다.
두 개의 목갑은 파워볼사이트 장전비의 손바닥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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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단목갑을 타고 불투명한 아지랑이가 휘돈다.
목갑이 우지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천을 양쪽에서 붙잡고 짜내는 것처럼 비틀리더니, 어느 순간 산산이 부서져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 개의 자단목갑이 조각이 되어 사라지자, 그 안에 담겨 있던 물건이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파워볼게임사이트 장전비의 눈이 커졌다.
비슷한 모양을 한 두 개의 직배도였다.
하나는 도병부터 도신까지 온통 검었고, 다른 하나는 흔들릴 때마다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고 있다.
난운도와 홍교도.
지금의 장전비를 있게 한 두 개의 날개.
장전비는 남은 한 손까지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난운도와 홍교도는 제집을 찾았다는 듯이 부드럽게 몸을 돌려 그의 두 손바닥 안에 안착했다.
‘이게 왜 파워볼실시간 여기에?’ 분명 이 두 개의 칼은 장전비가 문조경에게 맡겨 두었었다.
지난 이틀 동안 무슨 사정이 생겼기에 괴인이 가지고 있던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저 기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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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괴한 용모의 괴인이 말했다.
“고맙지?”
장전비는 실시간파워볼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그걸 잡으니 다시 덤빌 자신이 생기나?” 장전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난운도와 홍교도의 목소리가 팔을 타고 들어와 심장을 울린 후, 머리를 깨웠다.
좋다.
너무나 좋다. 겁나는 게 없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두 개의 칼이 호응하여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덤빌 자신이라.’ 우습다.
죽일 자신이 생겼다.
장전비는 조금 전처럼 괴인을 향해 곧바로 걸어가기보다, 둥글게 돌며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시선 역시 파워볼사이트 괴인을 향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거나 발바닥 아래 깔린 자갈을 훑었다.
괴인을 마주 보지 않는 건, 겁이 나서는 아니었다. 심상 속에 크게 그려졌던 적을 작게 줄이기 위해서였다.
두 개의 칼을 휘휘 돌리며, 마음을 풀어헤친다.
시전 길바닥에서 이름 모를 한량과 드잡이질을 하던 어릴 때처럼…….

“칼이 무겁지 않나?” 괴인의 말이 무겁게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심혼을 뒤흔드는 공격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다. 들고 있는 병장기가 난운도와 홍교도이기 때문이다.
난운도와 홍교도는 팔의 연장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있는 그대로의 형상이 영혼과 육신 깊이 새겨진 지 오래이다.
장전비는 자신이 병기의 형태나 있고 없음이 좌우되지 않는 경지에 이른 줄 알았었다. 사실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난운도와 홍교도를 들지 않았을 땐 본인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존재했다.
고수들의 싸움은 파워볼게임 찰나에 시작되어 맺을 수도 있고, 칠주야를 이어 갈 수도 있다.
싸움의 양상이 달라지는 건, 아주 자그마한 차이.
그 차이가 생사를 가른다.
‘자만했어.’ 스스로를 과신했었다.
장전비는 괴인 쪽으로 목례를 취했다.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괴인은 조금 전 장전비를 죽일 수 있었다. 그가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처럼 죽음을 대가로 깨달을 수도 있는 부족함을 알게 해 주고 애병까지 내어준 건 분명 감사해야 할 일이다.
“좋아, 좋아. 좋은 자세야.” 괴인의 말에 장전비는 씩 하고 웃으며 난운도를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쳤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수 배웠다. 그럼 써먹어야 하지 않은가.
장전비는 입을 열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내력이 아닌, 심령(心靈)을 담는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의미로 담아 적에게 강요한다.
“그 몸, 무겁지 않소?” 괴인의 웃음이 굳었다. 동시에 호흡이 멈추고, 눈빛에 어려 있던 생기가 흩어졌다.
끈이 떨어진 목각인형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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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멈췄던 괴인의 숨소리가 이어졌다.
“배운 걸 바로 써먹는다? 좋아, 가르칠 만하구먼.” 괴인의 휘파람을 불며 하는 말에, 장전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 감사하오.” “푸하하하핫! 좋구나, 좋아. 가르칠 만해!” “그럼 직접 와서 한 수 가르쳐 주심이 어떻겠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멀어서 힘들어.” 그 말에 장전비는 터지려는 침음성을 삭혔다.
‘역시 그랬군.’ 멀어서 힘들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장전비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격해 있는 오 장의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괴인은 이 자리에 있지 않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한 법술을 이용하여, 이미 죽어 버린 흑금대부의 시체를 뒤집어쓴 것이다.
저 멀리 알 수 없는 안전한 곳에 앉아, 장난 삼아 흑금대부의 육신을 조종하고 있는 것뿐이다.
영면을 취해야 할 시신을 인형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다니…….
사악하다. 할 수 있고 없고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장전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구료.” 괴인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암. 난 사람 따위가 아니지. 신이야! 크하하하하핫!” 장전비는 그 몇 마디의 말로 괴인이 가진 근본적인 가치관의 일부를 읽을 수가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신이나, 악마와 같은 초월적인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이자의 행동엔 사람이 가져야 할 다섯 가지 도리가 엿보이지 않는다.
오욕칠정(五慾七情), 절제해야 마땅할 열두 가지 욕심만이 가득하다.

그러면 십악(十惡)에 이른다.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妄語), 기어(綺語), 악구(惡口), 양설(兩舌), 탐욕(貪慾), 진에(瞋恚),사견(邪見)…….
마교의 절대마공, 진마십공을 익히면 십악의 특성 중 하나씩을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괴인에게서는 십악, 열 가지 모두가 다 느껴진다.
괴인은 어쩌면, 짐작한 것보다 더한 거물인지도 모르겠다.
크게 웃어 대던 괴인은 호로병을 들어 올려 입에다 대고 기울였다. 피부가 녹아내려 뚫린 볼 부위로 주액이 흘러나왔다.
목으로 넘어가는 양보다 흘려 버리는 양이 더 많은 듯했다.
호로병에 담겼던 모든 술이 사라지자, 괴인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침착한 어투로 말했다.
“어디 있나?” “뭐가 말이오?” “혁련광.”
장전비의 눈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혁련광?
그 이름이 이 자리에 왜 나오는 걸까?
장전비는 빠르게 되물었다.
“혁련광? 절대마종을 말하는 거요? 그가 아직 살아 있소?” 괴인의 입매가 구겨졌다.
“모르나? 모르는 척하는 건가?” 장전비는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놀라운 일이군. 절대마종이 살아 있다는 건가.” 괴인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장전비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뭐야. 진짜 모르는 건가?” “그럼 현재 마교를 이끄는 게 절대마종이오?” 괴인은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뭐, 아무것도 모르잖아. 괜히 보러 왔구먼. 이상하군. 그럼, 대체 누가 네 몸에 탐식(貪息)을 새긴 거냐?” “탐식?”
장전비는 고개를 갸웃했다.

‘호흡을 탐하다’라니.
“혹시 숭식을 말하는 것이오?” 장전비가 되묻는 말에 괴인은 갑자기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숭식? 크큿. 크크크크크큭. 숭식이라고? 탐식이 아닌 숭식이라. 크크크크크크큭. 웃기는군. 정말 웃겨! 크하하하하하핫!” 갑자기 웃음을 거두더니, 괴인의 두 눈이 핏빛 광망을 토했다.
“뭔가 다르더니, 근본이 틀렸구나. 숨은 숭상하는 것이 아니다. 빼앗는 것이다. 갈취하고, 약탈하고, 노략하는 것이란 말이다. 그랬군. 그렇게 극복했구먼. 하지만 그는 틀렸어.” 위이이이이이잉.
괴인의 전신으로 피처럼 붉은 기운이 흘러나와 안개가 되어 일렁였다.
장전비는 두 개의 칼을 앞으로 내밀며, 전면을 방비했다.
괴인의 뿜어내는 안개 때문은 아니었다.
말에 심혼을 담아, 서로의 영육의 괴리를 만들어 내는 싸움을 시도하려면 기본 전제로 오감을 읽고 적의 심정을 파악해 내야만 했다.
조금 전까지 괴인의 심정은 장난일 뿐이었다.
개구리를 잡아 팔다리를 자르며 즐기는 섬뜩한 장난을 즐기는 아이, 괴인의 심정은 그것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기묘한 핏빛 안개는 괴인의 변화한 감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분노하고 있다.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연인에게 배신당한 처녀처럼 순수한 분노로 타오르고 있다.
저 분노는 많은 죽음을 제물로 하여 더욱 타오르리다. 지옥의 겁화가 되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를 잿더미로 만들리라.
“탐식이 아닌 숭식? 웃겨. 웃기는구나. 다음 단계는?” 장전비는 순순히 답했다.
“혹시 연신(練身)이오?” “큭, 연신? 연몽(練夢)이 아니라?” 꿈을 단련하다?

탐신과 연몽이라는 것이 일련의 과정이라면, ‘호흡을 탐한 후, 꿈을 단련하다’라는 건데.
괴이하고 괴이했다.
장전비가 익힌, 아니 묵생이 억지로 새겨 버린 ‘호흡을 숭상한 후, 몸을 단련하다’는 것과 너무도 상반된다.
휘이이이이잉.
그사이 괴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핏빛 안개는 영역을 넓혀가 어느새 연무장 안을 모두 감싸 버렸다.
단심맹의 고수들은 당황하며 장력을 휘두르거나 기파를 뿜어 안개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안개는 잠시 흩어질 뿐, 다시 뭉쳐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장전비는 어찌하여야 할까를 고민했다.
그만은 이 혈무(血霧)가 어떠한 용도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괴인은 환영이나 망상, 환청, 착각 등, 오감을 자극하여 기묘한 환상을 만들어 내는 진법, 기환진(奇幻陣)을 발동시키려 하고 있다.
혈무는 진법의 영향력이 닿는 영역을 구분 짓기 위한 결계임이 분명했다.
단심맹의 고수들이 혈무가 일종의 결계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건, 기환진이라는 체계를 겪어 보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기환진을 형성시키려면, 막대한 기운이 요구된다.
특별한 지형을 골라 지세를 파악하고 끌어낸 후 천기의 흐름과 조율하여야 만이 그만한 기운을 충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단심맹의 고수들은 혈무가 기환진의 준비 과정임을 짐작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괴인은 과소평가해서가 아니다.

사람의 기운으로 대체하려면 수백, 아니 수천의 무인이 지닌 내력이 요구될 것이다.
사람 하나가 가진 내력만으로 기환진을 만들었다는 기적(奇蹟)은 들은 적이 없었다.
그것을 괴인이 시도하고 있다.
장전비가 잡은 두 칼 위로 땀방울이 맺혀 흘렀다.
어찌하여야 하나.
발동된 후면 늦다.
지금 당장, 목숨을 담보로 공격하여야 할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는지, 어느새 혈무는 물샐틈없이 연무장을 메워 버린 후였다. 발동의 요건은 충족된 듯했다.
괴인의 모습이 안개 속에 파묻혀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간다기보다, 안개에 동화되어 흩어지는 것만 같다.
“만나서 반가웠다. 하지만 네가 궁금한 것을 내가 풀어 줄 수는 있어도, 내가 궁금한 것을 네가 풀어 주지는 못 하는구나. 어리석도다.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 그럼 죽어야지. 숭식? 숭식이라고? 큿. 그 어디 숭고한 숨을 지켜보아라.” 진법이 발동되려 한다.
장전비는 더 이상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괴인을 찾아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오감을 넘어 육감에도 안개 속에 사라진 괴인의 위치를 찾을 수는 없었다.
괴인의 목소리만이 천지사방 모든 곳에서 울린다.
“탐식은 혼몽(昏懜)을 이루게 하지. 꿈을 꾸어 보겠느냐? 경계가 모호한 영원의 꿈을 말이다.” 장전비의 전면부위의 안개가 가로로 갈라지며,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위와 아래로 벌어지는 틈은 안개 너머의 형상을 비추지 않고, 하얗게 채워져 있었다.
그 중심부위에 검고 거대한 동그란 원이 드러난다.

눈동자.
그건 사람 몇을 세워 놓아도 다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눈동자였다.
눈동자는 무공이라는 형태를 벗어난 절대적인 위압을 담아 굽어본다.
장전비는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동자, 거대한 눈동자 속에 비치는 자신이 개미처럼 보잘것없었다.
장전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컥컥거렸다.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숨이 막혔다. 몸이 터져 버릴 것만 같다.
괴인의 웃음소리가 천지사방에서 밀려든다.
“크크크크크크크큭. 죽음을 꾸어 보거라, 꼬마야.” 장전비는 본능에 이끌려 이 괴이한 결계 속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렸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공포와 좌절감 속에 허덕일 뿐이었다.
죽음이, 거부할 수 없는 절망이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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